과 의 비교 연구

Abstract

과 의 두 작품은 구성적인 측면에서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작품의 소재가 인현왕후 폐출 사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 유교적 가부장 사회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들은 과 를 선․ 악의 대립 또는 처․첩갈등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두 작품을 비교해 왔다. 여기에서는 과 의 장르와 창작시기 및 창작동기에 대해 살펴보고 두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정리한 후 당시 유교적 가부장 사회의 대표적인 인물인 숙종과 유한림의 우유부단함을 바탕으로 두 작품의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두 작품의 장르와 창작배경 및 창작동기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은 한 작품 안에서 수필, 전, 소설적 요소가 복합된 장르로 실기형 전기소설이며 인현왕후의 성덕을 칭송하기 위해 창작 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는 김만중이 숙종의 과오를 깨닫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했다고 한다면 남해 유배 기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숙종과 유한림의 성격은 과 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 되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숙종은 성격이 급하고 독단적이지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줄 안다. 유한림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명분을 중시한다. 이런 소극적인 그의 성격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이를 후회 하여 결정을 번복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인현왕후와 사씨는 유교사회에서 명분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이 비슷하지만 인현왕후는 규범을 중시하고 자신감 있으며 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문 속에서 사씨는 가문의 안주인이자 경영자로 가문의 번영을 위해 모든 일을 냉정한하게 처리한다. 가문 밖에서 그녀의 성격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희빈과 교씨는 도저히 한 사람의 일생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장희빈은 당당하고 감정에 솔직한 성격이다. 이러한 당당함이 그녀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기도 하고 솔직함이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교씨는 가난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현실의 질서를 파괴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도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즉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현왕후와 사씨는 당시 유교적 가부장 사회에서 그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간 인물이다. 그녀들은 가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그렇기에 가부장제에 따라 효와 덕을 실현할 수 있었다. 장희빈과 교씨는 현재의 신분 체제에 불만이 많았다. 그렇기에 유교적 사회의 명분과 질서를 유지하며 살기보다는 개인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살아간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꾀했고 부귀영화를 바랬다. 그들이 이렇게 개인적 욕망을 추구 하며 살 수 있었던 원인에는 숙종과 유한림이 있었다. 지금까지 과 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에 따른 현실 대응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서 현실을 살아갔다. 인현왕후와 사씨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유교 사회에 부합하도록 사회적 질서를 수용하는 삶을 살았고, 장희빈과 교씨는 현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개인적 욕망을 추구 하는 것으로 그 해결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삶 중 어떠한 삶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작품을 선·악이라 구분 짓고 살펴보기 보다는 관점에 차이를 염두에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