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시의 혁명적 낭만주의 연구

Abstract

국 문 초 록

분단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시인 임화는 늘 극단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혹자들은 그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시인이라 보았고 혹자들은 역사적 시각을 바탕으로 낭만적 시를 쓴 시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본 논문은 임화라는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가 추구했던 이념과 창작을 낭만주의에서 연구하고자 한다. ‘도시의 가출 청년’으로 시인의 대열에 합류한 임화는 태생 자체가 이념성이 투철한 노동자 계급과는 차이가 있었다. 예민한 감수성의 도시 청년 임화는 모더니즘을 바탕에 둔 낭만성에 눈을 떴고, 이런 경향은 그가 카프에 가입하면서 사라지는 듯 한다. 잠시 혁명에 대한 이념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낭만주의는 30년대에 들어 다시 부활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정세화 관련이 깊다. 30년대는 임화에게는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는 시기였다. 이 때 카프에는 탄압의 광풍이 불었고 새로운 창작 방법으로 도입되었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격렬한 논의는 일부 시인들에게 변절의 빌미까지 제공한다. 이에 서기장이었던 임화는 분열되는 카프 조직을 재건하고 당시 유행하던 기교주의 시에 대한 경계의 수단으로 혁명적 낭만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혁명적 낭만주의는 현실 도피적이고 비 진보적인 문예사조로서의 낭만주의와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미래를 지향하고 이상을 추구한다. 그는 리얼리즘과 낭만주의가 본질적으로는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일치점을 찾고 암울한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적 극복 방안으로 혁명적 낭만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임화의 혁명적 낭만주의는 그저 ‘주의’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 그의 작품 안에서 창작의 방법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주로 30년대 작품들이며, 시집 ‘현해탄’에 수록된 작품들이 많다. 이때 작품들은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게 되는데, 먼저 이상을 꿈꾸는 ‘청년’의 이미지를 정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임화의 혁명적 낭만주의 시에는 현해탄을 넘어가는 청년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청년’들은 개인의 회한이나 욕망을 뒤로하고 식민지 조국을 일깨울 새로운 문물을 배우러 가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또 그들이 건너가는 현해탄은 단순한 ‘바다’가 아닌 역사의 파란을 의미하며 청년들이 식민지 운명을 인식하고 그 시대 현실에 좌절하지 않는 의지를 돋우는 공간이다. 이런 청년과 바다의 이미지는 투철한 계급의식의 전형이라기보다는 임화의 도일 체험을 바탕으로 한 낭만적 세계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임화의 혁명적 낭만주의는 카프라는 조직의 와해를 막으려는 임화의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리얼리즘과 낭만주의를 결합하고 그 안에서 역사적 현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형상화 한 작품을 통해 미래에 대한 신념을 노래했다. 이는 혁명적 낭만주의가 단순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돌파구로 마련했던 문학 이론일 뿐만 아니라 창작의 방법으로서 작가가 미래에 대한 ‘창조하는 몽상’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 임화의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