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풍요 없이 계속될 수 있을까 : 파국서사를 통해 민주주의 이미지 다시 읽기
- Author(s)
- 문형준
- Issued Date
- 2017
- Keyword
- 민주주의 파국서사 종말-이후 서사 디스토피아 희소성 신자유주의 제임스하워드 쿤슬러 손으로 만든 세상 Democracy Catastrophic Narrative Post-Apocalyptic Narrative Dystopia Scarcity Neoliberalism James Howard Kunstler World Made by Hand
- Abstract
- 근대 민주주의 체제는 15세기 신세계의 발견을 통해 엄청난 자원의 변경을 얻어내고, 그 과정에서 노예제와 식민화를 통해 유럽 시장의 확장을 일궈낸 서구 유럽 문명의 풍요에서 그 사상적 기원을 갖는다. 근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성장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상업 자본주의에서 산업 자본주의로, 나아가 금융과 인지 자본주의로 쉴 새 없이 확장되면서 이제 지구상에는 그 어떤 ‘변경’도 남아있지 않다. 지구 온난화, 자원 고갈, 사회적 갈등, 인간 본성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생태 파괴는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소비하고 기생했던 그 환경 자체가 사라짐으로써 결국 자본주의마저 그 기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던 근대 자본주의 문명 자체의 붕괴가 가능한 것이다. 쿤슬러의 『손으로 만든 세상』이 그리는 석유-이후의 미래는 단지 ‘상상’에 그치는 게 아니며, 자본-생태계의 한 문제인 자원 고갈, 그 중에서도 석유 에너지의 고갈이라는 합리적인 가설에 기반을 둔 ‘미래적 리얼리즘’ 소설이다. 이 파국서사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많은 문제 중 하나가 ‘민주주의와 풍요’ 간의 관계다. 쿤슬러가 묘사하는 풍요 없는 세상은 민주주의가 사라진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 세상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적 삶의 방식이 다양한 정치체제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 소설의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집단은 기실 민주주의 체제, (사회주의적) 권위주의 체제, 폭정 체제라는 세 개의 정치체제로 환원할 수 있다. 쿤슬러는 석유-이후 세계의 민주주의는 그만큼의 한계를 지닌다고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파국서사가 상상하는 민주주의는 풍요가 사라진 세계에서의 민주주의다. 역사적 민주주의가 물질적인 풍요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면, 그 풍요가 사라졌을 때의 체제 역시 민주주의일 것이라고 상상하기란 어렵다. 저성장 체제로 굳어져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의 한국, 일본, 미국 등의 민주주의 체제는 각기 다르지만, 교과서적인 민주주의 체제의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같다. 풍요가 사라진 세계의 체제는 오히려 ‘힘 있는 자들의 지배’가 더욱 강력해지는 반민주적 체제가 될 공산이 크다. 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과 파국서사가 그리고 있는 세계가 바로 그런 세계다. 우리는 풍요 없는 세상을 그리는 파국서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생각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그토록 믿는 ‘상식’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역사의 변화 속에서는 부질없이 소멸할 수도 있는 취약한 개념이자 형체임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없이 살자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자원의 풍요 혹은 희소성이라는 문제를 그 전에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한국의 틀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지킬 민주주의는 청와대의 주인 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극단적으로 불균등한 자원의 배분이라는 그 문제에서 사실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Modern democracy had its origin in the material abundance of Western European civilization, which had been developed and flourished through the discovery of New World, slave system, colonization and imperialism. In other words, the development of modern democracy had an inevitable connection with the development of modern capitalism. By expanding from commercial capitalism to industrial capitalism, and finally to financial and cognitive capitalism, modern capitalism has left the world no ‘frontier’ whatsoever. Ecological devastation that modern capitalism has been accelerating makes possible the disappearance of environment itself, which modern capitalism has made its material foundation. This leads us to think about the collapse of modern capitalist civilization, on which modern democracy depends. James Howard Kunstler’s World Made by Hand is a futuristic catastrophic narrative, in which the rational hypothesis of resource depletion, especially the question of peak-oil, plays a key role. Kunstler’s catastrophic narrative pushes us to consider the relationship between democracy and material abundance. In this post-oil world, modern democracy is not an essential political value but mere one political culture among many, e.g. socialist authoritarianism, theocratic authoritarianism, tyranny, etc. Kunstler speculate that democracy without material abundance necessarily has its own limitations. Democracy viewed by catastrophic narratives is a limited democracy without material abundance. When democracy has been closely connected with material abundance made by capitalism, then it is hardly imaginable that the democracy would be still working smoothly without such abundance. One can see nowadays not a few examples of democratic variations and/or deteriorations under the global system of neoliberal capitalism. Politics in the world without material abundance could be not a democratic system but non-democratic systems that hinge on dominance of the powerful rich, which has been imagined by mainstream catastrophic narratives. By reading catastrophic narratives, it is urgent for us to think about the future of democracy. The question of scarcity and abundance is the key idea when one should think about when he/she considers the vague prospect of modern democracy. Democracy is not just a purely political, philosophical, and ethical matter. It is rather a material and economic matter that starts and ends with the problem of resources and its dis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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