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에 나타난 남성성 연구: '동성사회적 욕망'과 '성정치'의 관점에서
- Author(s)
- 박현화
- Issued Date
- 2013
- Abstract
- 국문초록
민중미술에 나타난 남성성 연구
-‘동성사회적 욕망’과 ‘성정치’의 관점에서-
동시대의 미술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그 시간적 거리에 따른 객관성 확보란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특정한 정치사회적 변혁기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이 바로 그 실례이다.
그 동안 민중미술은 ‘민족주의 담론’이라는 숭고적 미학의 패러다임 속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민중미술은 과연 탈식민주의와 반독재라는 기치 하에 민중이 해방되는 유토피아적 꿈으로만 일관되어 왔을까? 적지 않은 민중미술가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대중문화적 요소들이 차용되고 있다. 이들과 관련된 이미지 중에서 특히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적이고 가학적인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또한 민중미술에서 끊임없이 탐색되고 있는 갈라진 상처, 오물, 피 웅덩이, 유령, 시체 등과 같은 독특한 형상과 물질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더 이상 민족주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만으로 충분히 도출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는 민중미술이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발언하였던 리얼리즘의 이면에, 개인적이고 성적인 존재로서의 심리적 현실 또한 표출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민중미술을 기존의 시각을 넘어 ‘남성성’과 관련된 젠더연구의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재해석보기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남성성을 재현하는 이미지는 그 자체가 주체의 현실, 다시 말해 정치적인 권력 투쟁이나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남성성은 성적 존재로서의 심리적 현실이나 젠더 권력에 관한 이데올로기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이로 인해 남성주체는 급변하는 외부 현실로부터 거세위협을 느끼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편집증적 태도와 개인적 존재로서 나르시시즘적 리비도의 확대라는 자아본능적 성격 사이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먼저 사회적 측면에서 민중미술은 1979년 10・26사태로 인한 박정희의 죽음, 이로 인해 잠시 동안 자유를 맛보았던 80년 서울의 봄, 이어서 등장했던 신군부 정권과 이에 맞서 저항했던 5・18 민주화 혁명, 이에 대한 전두환정권의 탄압정책으로 자행되었던 광주학살, 500만명이 넘는 대규모의 대중이 참여했던 1987년의 6월 항쟁과 이어진 유화국면, 그리고 1993년 문민정부 수립으로 군사정부의 막이 내리고 본격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던 격변의 시대 속에서 전개되었다. 이러한 현실적 배경들은 또한 남성주체에게 무의식 속에서 거세위협이라는 심리적 현실의 위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예를 들면, 박정희의 죽음은 부친살해에 관한 오이디푸스 서사로 작용했으며 이어진 신군부 정권은 죽었던 폭력적인 아버지의 부활을 의미하였다. 이에 따라 거세의 위협에 놓인 형제들은 부모의 부재와 새로운 근대의 질서를 욕망하는 가족 로망스를 꿈꾸었다. 또한 6월 항쟁과 80년대 후반의 유화국면에서 명실상부한 주체로 등장하게 된 대중은 그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민중’ 계급과 ‘민족주의’ 담론의 한계로 작용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족주의 담론의 이상적인 남성성의 규범을 벗어난 여성적이고 유약한 남성성이 부각되는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들 들 속에서 민중미술에 나타난 남성성에 관한 규명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오랜 파시즘정권의 억압으로 인한 위기감이나 신군부의 집권 광주학살로 인한 트라우마들이 민중미술 작가들에게 거세 위협이라는 심리적 현실로 다가왔으며, 이를 극복하고 다시 사회적 주체로 복귀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여성성에 자신을 투사해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여성성을 추구하거나 배제 시키는 이중적인 성정치적 형식, 즉 나르시시즘과 페티시즘의 형태로 표출되었다. 먼저 민중미술에서 나르시시즘은 크리스테바가 주장한 바와 같이, 전오이디푸스 단계의 모성적 공간(코라)과 물질(에브젝트)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페티시즘은 대중매체의 이미지에 나타나고 있는 여성 섹슈얼리티를 혐오하거나 가학적인 대상이 되게 함으로써 성적 목적을 탈각시키고 민족주의 담론을 표출하는 알레고리적 수사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로 민중미술이 표출하고 있는 민족주의 담론의 이상적인 남성성의 규범은 전형적으로 여성성을 추방하거나 제거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써 탈식민화된 조국을 상징하는 순혈의 신체적 기표로서의 강인한 남성의 몸으로 표상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남성의 몸은 역사의 작인으로서, 당시 투쟁과정에서 희생된 투사들을 내투사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이나 영웅으로 신화화하는 수사를 통해 숭고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로써 여성을 추방하면서 민족주의의 이상으로 승화시킨 순혈의 강인한 남성의 신체와 열사들의 초남성적인 영웅 신화는 형제애로 뭉친 민족주의 공동체 속에서 남성 주체가 동일시하고자 열망하는 ‘자아 이상’의 공적 규범으로서 확고하게 제시되었다.
세 번째로, 민중미술이 민족주의 담론 속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상적인 남성성과 ‘자아 이상’의 규범들은 한편으로는 이와 동일시하려고 열망하는 남성 주체에게 자아가 확대되는 판타지를 수반하게 하면서 남성집단을 결속시키고 강렬한 연대의식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자아 이상’으로서의 민족주의 이념은 남성 개인에게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억압이나 갈등으로 작용하였으며, 그에 대한 대안적인 남성성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그것은 신학철의 경우 대중매체 이미지로부터 강렬한 응시를 느끼는 편집증적 주체로서 ‘원형적 아버지의 이마고’를 장애물로 설정하면서 자신의 자율성을 획득하려는 극단적인 남근 숭배적 형태로 나타났으며, 안창홍의 경우에는 히스테리적 주체로서 남근숭배에 관한 허구성을 드러내면서 양성적인 남성성을 제시하는 대립적인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민중미술은 복잡하고 모호한 남성성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지만 본 논문은 이를 하나로 이끄는 지표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것은 이제껏 살펴본 바와 같이 민중미술이 추구하였던 민족주의 담론은 그를 매개하는 모든 은유적인 수사들이 모두 위기에 처한 가부장적 남성사회의 회복을 위한 ‘동성사회적 욕망’으로 환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중미술에 나타난 젠더적 도상이나 수사적 행위들은 그것이 설령 민족주의 담론을 표명하고 있을지라도 이러한 이상들이 여성을 페티시나 희생물로 매개하면서 표출되고 있는 이상, 민족주의는 다시 가부장적 남성성이 기거하고 있는 토대(체제)로 회귀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중미술에 나타난 젠더적 도상이나 수사적 행위들은 결국 남성들의 ‘동성사회적 욕망을 위한 성정치’로 볼 수 있는 것이다.|ABSTRACT
On the Masculinity Revealed in Minjung Art
-In the Perspective of Homosocial Desire and Sex Politics-
The work of interpreting and evaluating the art of our times must be undertaken very carefully in terms of securing objectivity from the latter's temporal distance. This is particularly true for works which contain certain ideologies of certain periods of socio-political change. The Minjung Art, or political folk art, of Korea is a living example of such.
Minjung Art has thus far been mostly discussed in the paradigm of the sublime aesthetic of democratic discourses. However, is it true that Minjung Art has always been limited to a utopian dream in which the masses are liberated under the slogans of post-colonialism and anti-dictatorship? Various elements of Mass culture are being appropriated in quite a few political Minjung artists' works. Of the images associated with these, how should the phobic and abusive attitudes toward female sexuality in particular be interpreted? Also, how should the peculiar forms and matter such as open wounds, feces, pools of blood, ghosts and corpses, etc., which are being ceaselessly explored in minjung Art, be interpreted? Answers to the questions above can no longer be sufficiently drawn out through the political ideology of democracy alone. In that regard, this study was planned as part of an attempt to freshly reinterpret Minjung Art through a paradigm of gender studies related to masculinity, transcending pre-existing perceptions and under the premise that Minjung Art, on the other side of its realism of having directly faced and spoken about social realities, are expressions of psychological realities as well by the artists as personal and sexual entities.
Images of representing masculinity are in themselves produced within the boundaries of close ties with the subject's reality, in other words political power struggles or social changes. However, another aspect is that masculinity cannot be separated from the psychological realities of a sexual entity or ideologies regarding gender power. Because of this the male subject endlessly strives to resolve the nonconformity between a paranoid attitude as a social subject who feels a threat of castration from rapidly changing external realities and the self-instinctual personality which is an expansion of a narcissistic libido as a personal entity. Firstly, minjung Art progressed in an era of radical changes socially, of Park Chung-Hee's assassination on October 26th of 1979, the temporary taste of freedom by this known as Springtime in Seoul, the new military government which appeared subsequently and the May 18th democratization revolution which resisted against it, the Gwangju Massacre which was committed through the Chun Doo-Hwan government's policy of repression, the Struggle of June in 1987 in which a great multitude of over five million people participated and the appeasement situation which followed, and the entering into a fully postmodern society with the curtains closing on the military government as a civilian one was established in 1993. Such contexts of reality, in the male subject's subconscious, settle in as a situation of the psychological reality of castration anxiety. For example, the death of Park Chung-Hee acted as an Oedipus narrative regarding the murder of the father figure, and the new military regime which followed signified the resurrection of the once-dead, violent father. The brothers, who were placed in a position to fear castration, dreamt of a family romance desiring a new modern order and the absence of parental figures. Also, the populace, who entered the scene as the subject in both name and reality in the Struggle of June and the propitiation situation of the late '80s, acted as a limit on discourses on the populace class and nationalism by avoiding membership in any class. This has ultimately set the situation up for a feminine and enervated masculinity to emerge outside the boundaries of the ideal masculinity within nationalistic discourse. Within such connections, the definition of the masculinity revealed in Minjung Art yielded the following results.
First, the sense of crisis due to the long-standing repressions of the Fascist regime or the traumas due to the Gwangju Massacre in step with the new military regime coming to power approached the Minjung Art artists as a psychological reality in the form of castration anxiety, and the artists are revealing a tendency to project themselves in the femininity which exists in their inner selves in order to overcome this and make a comeback to being social subjects again. This has been expressed in the dual form of gender-politics of either pursuing or excluding femininity, i.e. in the forms of narcissism and fetishism. First, the narcissism of Minjung Art, as Kristeva had argued, was revealed as reforming one’s existence while exploring the matter (abject) and maternal space (chora) of a pre-Oedipal stage. On the other hand, fetishism is being revealed as an allegorical figure of speech which sheds itself of sexual objectives, expresses a nationalistic discourse by loathing the female sexuality revealed in images of the mass media or allowing them to become objects of abuse.
Second, the model for an ideal masculinity of the nationalism discourse and expressed by Minjung Art is typically realized at last through exiling or eliminating femininity, and thus reveals a tendency to be represented in the body of a strong male as a physical sign of pure blood symbolizing a post-colonial homeland. Such male bodies are reinforcers of history, and come to rise to sublime heights through melancholic strategies internally projecting the fighters sacrificed in the struggle of the time, or figures of speech which mythologize them into heroes. Thus the male bodies of pure-blooded strength which have been sublimated into democratic ideals while females were exiled, and the patriots’ myth of super-masculine heroism was firmly presented as a public standard for self-idealism which the male subject ardently desired to identify with within the nationalistic community closely bonded through brotherly love.
Third, the ideal masculinity and standards of self-ideals presented by Minjung Art within nationalistic discourse on one hand lead the male subject, who ardently desires to identify with it, to a fantasy in which the ego expands, strengthening the bonds of the male groups and giving them an intense sense of solidarity. However, at another level, the nationalistic ideals as self-ideals have, just as Fascism, acted as another repression or conflict to the male individual, and an alternative masculinity regarding it has newly emerged. In the case of Shin Hak-Cheol, this has surfaced in the form of an extreme phallic worship of attempting to obtain the artist’s own freedom while setting up the imago of the model father as an obstacle, as a paranoid subject who feels an intense gaze from images of the popular media, and in the case of Ahn Chang-Hong, this is being revealed in an aspect of oppositions of presenting a heterosexual masculinity while pointing out the falsehood regarding phallic worship as a hysterical subject.
In such way, Minjung Art draws a complex and ambiguous topographical map of masculinity, but this thesis has revealed that a certain index exists which leads this to oneness. It is the fact that, as we have seen thus far, for the nationalistic discourse which minjung Art, has pursued, a desire for a same-sex society for the recovery of the patriarchal male society which is at risk is serving as a metonymy for all metaphorical figures of speech which intermediate it. Even if they were to express a nationalistic discourse, as long as such ideals are expressed while intermediating women as objects of fetishes or sacrifices in the gender-specific images or figurative actions revealed in Minjung Art, the nationalism will once again return to a base (system) in which a patriarchical masculinity resides. In this regard, the gender-specific images or figurative actions revealed in Minjung Art may ultimately be viewed as gender politics for the desires of a masculine society.
- Alternative Title
- On the Masculinity Revealed in Minjung Art: In the Perspective of Homosocial Desire and Sex Politics
- Alternative Author(s)
- park, Hyun-Hwa
- Affiliation
- 일반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 Department
- 일반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 Advisor
- 김승환
- Awarded Date
- 2014-02
- Table Of Contents
- 목 차
도판목록
ABSTRACT
Ⅰ. 서론 1
민중미술과 젠더 1
동성사회적 욕망을 위한 성정치 10
남성성연구를 위해 11
Ⅱ. 남성성과 성정치 14
1. 정신분석학과 젠더연구의 맥락 속에서 살펴본 성정치 개념의 변화 15
2. 코넬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개념과 비판적 남성연구 21
3. 남성주체의 동성사회적 욕망 26
1) 프로이트의 남성들 사이의 리비도 27
2) 이브 세지윅의 동성사회적 욕망 33
4. 페미니스트에 의해 재고된 정신분석학 개념들 37
1) 크리스테바의 나르시시시즘(Narcissism) 37
2) 양가적 페티시즘(Fetishism) 44
3) 동일시(Identification) 48
4) 가족 로망스(Family Romances) 55
Ⅲ. 민중미술과 남성성 61
1. 남성 주체의 거울로서의 여성성: 나르시시즘과 패티시즘의 이중적 성정치 62
1) 에브젝트로서의 어머니와 나르시시즘 62
2) 페티시로서의 여성성 80
2. 민족주의 주체로서의 정체성 형성과 자아 이상의 규범 89
1) 민중에 투사된 남성 주체의 몸: 민족의 역사와 순혈의 영토를 상징하는 신체적 기표 90
2) 새로운 영웅의 파토스와 초월적 세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결손지점 101
3) 아버지의 부재와 형제애: 가족 로망스 112
3. 증식되는 남성성: 민족주의 담론의 한계 130
1) 신학철의 남근 중심적 역사화와 새디즘 131
2) 안창홍의 작품에 나타난 양성적 남성성 148
Ⅳ. 결론 166
참고문헌 170
국문초록 184
- Degree
- Doctor
- Publisher
- 조선대학교 대학원
- Citation
- 박현화. (2013). 민중미술에 나타난 남성성 연구: ’동성사회적 욕망’과 ’성정치’의 관점에서.
- Type
- Dissertation
- URI
- https://oak.chosun.ac.kr/handle/2020.oak/11935
http://chosun.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264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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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ral Graduate School > 4. Theses(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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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bargo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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